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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과 괴물·5/5·4
Photograph of Baalbek

The place

Baalbek

지니가 파업한 날

솔로몬의 지니들이 바알벡의 불가능한 돌을 깎았다 — 단 하나를 빼고

Legendary (pre-Islamic and Islamic traditions); 12th century CE (Benjamin of Tudela's account)Baalbek

바논 베카 계곡 사람들은 바알벡 유적에 특별한 이름을 붙였다. '지니의 도시.' 지니한테 홀린 곳이 아니라, 지니가 직접 지은 도시라는 뜻이다. 스쿨버스만 한 돌덩이들이 털끝 하나 들어갈 틈 없이 깎여 13층 높이로 쌓여 있는 걸 보면, "그냥 사람들이 한 거겠지"란 말이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진다.

가장 오래된 전설은 인류 최초의 살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이고, 죄책감에 미쳐 레바논 산속으로 도망쳤다. 거기서 성경에 나오는 거인족 네피림을 시켜 요새를 쌓았다. 보통 사람은 들어 올릴 엄두도 못 낼 돌을 거인들이 잘라다 쌓았다. 그러다 대홍수가 왔고, 거인들은 전부 사라졌다. 하지만 돌은 남았다.

물이 빠지자 니므롯이라는 왕이 그 폐허 앞에 섰다. 노아의 증손자이자 하늘에 닿으려고 바벨탑을 세운 바로 그 인물. 신한테 대들겠다고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쏴 올릴 만큼 대담했던 왕은 거인들을 다시 보내 바알벡을 재건했다. 돌이 너무 커서 사람으로는 어림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사람들이 진짜 기억하는 건 솔로몬 왕 이야기다. 꾸란에 따르면 신은 솔로몬에게 지니를 부리는 힘을 주었다. 지니란 연기 없는 불꽃에서 태어난 존재, 눈에 보이진 않지만 대지를 뒤흔들 만큼 강하다. 솔로몬은 마법 반지 하나로 모든 지니를 지휘했고, 바알벡을 통째로 시바 여왕에게 줄 결혼 선물로 지어 올렸다. 천 톤짜리 돌을 산에서 깎아 바람에 실어 날랐다니, 이걸 보고 사람 손으로 했다고 믿을 사람은 없었다.

신전에서 900미터 떨어진 채석장에 증거가 있다. '임산부의 돌'이라 불리는 천 톤짜리 바위가 반쯤 묻힌 채 아직 그 자리에 놓여 있다. 목적지에 끝내 도착하지 못한 돌. 전설에 따르면 임신한 지니들이 이걸 옮기다 갑자기 산기가 돌아 내팽개치고 떠났다. 세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지만, 이 돌 앞에선 지니도 세 번 만에 도끼를 내려놓았다. 파업이었다.

그 이름에는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해진다. 옛날에 한 임산부가 바알벡 사람들에게 저 돌 옮기는 비법을 안다고 했다. 단, 배가 너무 고파서 지금은 입을 열 수가 없다고. 도시 전체가 아홉 달 동안 최고급 음식을 대접했다. 아이가 태어나자 그녀가 고백했다.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이 너무 간절했던 나머지 아무 말이나 믿어버린 도시를 통째로 속인 거였다.

고고학자들의 답은 간단하다. 로마인이 지었다. 기원후 1세기, 굴림대와 경사로와 조직된 인력으로. 하지만 로마 정복, 기독교도의 파괴, 아랍 침공, 십자군 점령, 1401년 티무르의 방화까지 거치면서도 지니 전설은 끝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애초에 공학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 불가능해 보이는 것 앞에 선 인간의 뇌가 초자연을 찾아 손을 뻗는, 그런 이야기였다.

바알벡을 지니가 지었다는 말은 인간을 깎아내리는 게 아니었다. 돌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해냈다는 경외, 인간의 상상력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이천 년이 지난 지금, 보잉 747 두 대를 합친 것보다 무거운 바위 옆에 서 보면 문득 이해가 된다. 어쩌면 지니는 진짜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직도 파업 중인 걸지도.

이야기의 교훈

인간의 작품이 인간 스스로 가능하다고 믿는 한계를 넘어서면, 상상력은 신이나 정령을 발명해 그 공을 넘긴다. 이는 인간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인간의 경이로움이 끝이 없다는 증거다.

등장인물

솔로몬 왕 (술라이만, 지니의 지배자)
시바 여왕 (빌키스)
카인, 아담의 아들
거인왕 니므롯
전설 속 임산부
진 이븐 잔 (모든 지니의 시조)

출처

Quran, Surah Saba 34:12-13; Benjamin of Tudela, The Itinerary (c. 1170); Idrisi, Nuzhat al-Mushtaq (c. 1154); Arabic manuscript found at Baalbek (date uncertain), cited in Penn Museum Journal; Hajjar, Youssef. La triade d'Héliopolis-Baalbek, 1977; Genesis 6:4 (Nephilim); Baalbek legends collected by the German Archaeological Instit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