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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과 정복·1/5·4
Photograph of Knossos - Palace of King Minos & the Labyrinth

The place

Knossos - Palace of King Minos & the Labyrinth

크노소스, 황소를 뛰어넘다

3,500년 전, 목숨을 건 춤이 있었다

미노아 문명 시대 (기원전 2000~1450년)Knossos - Palace of King Minos & the Labyrinth

런 장면을 상상해 보자. 소형차만 한 황소가 전속력으로 달려온다. 그 바로 앞에 십 대 소년이 서 있다. 팔을 벌린 채, 꿈챍도 않고. 피하려는 게 아니다. 도망치려는 것도 아니다. 뿔을 잡고 소 등 위로 공중제비를 넘으려는 거다. 남자도 여자도 다 했다. 이건 신화가 아니다. 3,500년 전 크레타섬 크노소스 궁전 벽에 그려진 실제 장면이다. 유명한 ‘황소 도약 프레스코화’에는 그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뿔을 잡는 순간, 공중에 뜰 몸, 완벽한 착지.

방법은 이랬다. 선수가 돌진해 오는 황소를 향해 달려가서 뿔을 잡는다. 소가 머리를 확 치켜드는 힘을 스프링보드 삼아 몸을 날려, 등 위에서 공중회전을 한다. 뒤에서 대기하던 동료가 착지를 돕거나 소의 시선을 돌린다. 전부 몇 초 안에 끝난다. 실수할 여지는 제로다. 성공하거나, 소한테 당하거나. 둘 중 하나.

이 소들은 농장에서 키우는 얌전한 젖소가 아니었다. 미노아 벽화 속 황소는 현대 소의 야생 조상——몸무게 500킬로가 넘고, 뿔 한 방이면 그걸로 끝이었다. 현대 운동선수들이 재현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너무 빠르고, 너무 세고, 너무 예측 불가능하다. 이걸 해낸 미노아인들은 어릴 때부터 훈련을 거듭해 보통 사람의 한계를 넘는 반사 신경을 길렀을 것이다. 그래도 모두가 살아남은 건 아니다.

속담에 “호랑이 굴에 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미노아인들은 호랑이 굴에 들어간 정도가 아니었다. 아예 호랑이 등 위에서 춤을 쳄다. 그리고 놀라운 건, 벽화 어디에도 공포의 표정이 없다는 거다. 우아함, 심지어 기쁨만 보인다. 스페인 투우처럼 동물을 제압하고 죽이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미노아인들은 소와 싸운 게 아니라 소와 춤을 춘 거다. 모든 그림에서 황소는 위엄 있고 아름다운 파트너로 그려져 있다. 정복이 아니라 존경이었다.

왜 이런 걸 했을까?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풍요의 제의였다는 설이 있다——황소는 자연의 거친 힘 그 자체이고, 그 위를 뛰어넘는 건 인간이 그 힘과 공존할 수 있다는 증명이었다는 거다. 성인식이었다는 설도 있다——넘으면 어른, 못 넘으면 거기서 끝. 지중해 전역에서 숭배되던 황소 신앙과 연결짓는 학자도 있다. 이유가 뻐였든, 황소 도약은 수백 년간 미노아 문명의 심장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20세기 초, 영국 고고학자 아서 에반스가 이 프레스코화를 발굴했다. 그는 즉시 확신했다——이건 상상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경기라고. 대작 『미노스의 궁전』에 발표하자 전 세계가 논쟁에 휘싸였다. 물리적으로 가능한 건가? 학자들이 수십 년을 싸웠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는 지금도 있다. 동아프리카와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는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소를 뛰어넘는다. 미노아인들은 그냥 판돈을 최대치로 올렸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밤잠 설칠 이야기 하나. 일부 연구자들은 황소 도약이 미노타우로스 전설의 실체라고 본다. 크노소스 지하 미궁에 살았다는 반인반우의 괴물 말이다. 신화에서는 아테네가 젖은이들을 크레타에 제물로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괴물에게 먹힌 게 아니라 황소 도약 선수로 훈련받은 거라면? 실패한 자들은 경기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른바 ‘미궁’은 궁전 그 자체였을 수 있다.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였다”는 영웅담은, 어짜면 한 선수가 마침내 황소를 이겨낸 기억이 신화로 변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야기의 교훈

용기는 위험을 아름다움으로 바꾼다. 미노아인들은 자연의 거친 힘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다——그들은 그것과 춤을 추며, 목숨을 건 대결을 신성한 예술로 승화시쳰다.

등장인물

미노아 황소 도약 선수들
신성한 황소

출처

Knossos frescoes, Minoan seal impressions, Sir Arthur Evans's Palace of Minos, modern archaeological analy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