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헨지는 아무 데나 세운 게 아니다. 6월 21일 즈음, 한해 가장 긴 날에 원 한가운데 서 보면 태양이 '힐스톤'이라 불리는 거대한 바위 바로 위로 떠오른다. 첫 햇살이 유적의 심장을 꿰뚫는다. 우연이 아니다. 5천 년 전 누군가 이걸 노리고 만들었다.
1720년대, 영국 의사 윌리엄 스터클리가 스톤헨지를 처음으로 정밀 측량했다. 하짓날 일출 방향과 돌의 축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걸 발견한 그는 확신했다. 이건 드루이드가 세운 거라고. 드루이드는 로마 시대 기록에 나오는 고대 켈트족의 사제 집단이다. 스터클리는 급기야 스스로를 '드루이드의 왕자'라 부르기 시작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다. 스터클리, 틀렸다. 드루이드는 스톤헨지보다 수천 년 뒤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번 퍼진 이야기는 막을 수 없었다. 1800년대엔 흰 옷 입은 자칭 드루이드들이 새벽 의식을 올렸고, 1900년대 중반이면 하짓날 순례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뭔가 오래되고 진짜인 것에 닿고 싶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1980년대 초, '스톤헨지 프리 페스티벌'에 수만 명이 몰리자 당국이 금지령을 내렸다. 1985년 6월 1일, 축제로 향하던 약 600명의 여행자를 경찰이 가로막았다. 차창을 깨고, 가족을 끌어내리고, 537명을 체포했다. 2차 대전 이후 영국 최대 규모의 집단 체포였다. 역사에 '빈필드 전투'로 남은 그날이다.
긴 줄다리기 끝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2000년부터 스톤헨지는 하짓날과 동짓날에 돌 원 안을 무료로 연다. 매년 한여름, 2만에서 3만 7천 명이 어둠 속에 모인다. 흰 옷의 드루이드, 폰을 든 관광객, 아이 손을 잡은 가족. 태양이 힐스톤 위로 솟아오르는 순간, 거대한 함성이 터진다. 5천 년 전 사람들이 봤던 것과 똑같은 일출이다.
과학도 이 배열에 주목했다. 1965년 천문학자 제럴드 호킨스는 스톤헨지가 일식과 월식을 예측하는 고대의 컴퓨터라고 주장했다. 일부 주장은 반박됐지만 핵심은 살아남았다. 이 돌들은 놀라운 정밀도로 해와 달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유적 아래 자연 지형의 능선이 하짓날 해 뜨는 방향과 딱 맞아떨어진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땅마저 자리를 잡아준 셈이다.
드루이드가 스톤헨지를 세운 건 아니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스터클리가 맞힌 것도 있다. 이곳은 사람들이 늘 하늘을 올려다보던 자리라는 것.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했던가. 5천 년 전 이곳의 누군가는 한 수 더 떴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대신, 별이 내려앉을 자리를 돌로 깔아놓았다. 그리고 5천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같은 원 안에 서서 같은 해를 바라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