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해안, 북해와 발트해가 만나는 곳에 크론보르 성이 서 있다. 성 아래에는 벽에서 습기가 스며나올 정도로 차가운 석실이 있다. 햇빛은 여기까지 닿지 않는다. 몇 개의 횃불만이 돌 탁자 앞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형상을 비춘다. 홀게르 단스케, 덴마크인 홀게르다. 수백 년째 잠들어 있다. 흰 수염은 바위와 하나가 되었고, 칼은 무릎 위에 놓여 있다. 그는 기다리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홀게르는 8세기에 유럽의 절반을 통일한 황제 샤를마뉴의 기사였다. 덴마크 왕자였지만 프랑크 제국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기사 중 하나로 이름을 날렸다. 중세 서사시는 그의 검 쿠르타나가 한 번의 일격으로 적을 말과 함께 두 동강 낼 수 있었다고 전한다. 샤를마뉴의 아들이 체스 시비 끝에 홀게르의 아들을 죽이자, 덴마크 전사는 황제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덴마크 전승은 이야기를 더 멀리 가져간다. 이승의 전투가 끝났을 때 홀게르는 죽지 않았다. 요정 모르가나가 그를 마법의 성으로 데려갔고, 어떤 이는 아발론이라 부른다. 거기서 이백 년간 마법의 보호 아래 잠들었다. 그 후 덴마크로 돌아와 크론보르 지하로 내려가 앉아서 눈을 감고, 오늘까지 이어지는 보초를 시작했다.
약속은 이렇다. 덴마크가 안전한 한 홀게르는 계속 잠든다. 하지만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가 오면 전사는 깨어난다. 수염이 돌에서 떨어지고, 눈이 뜨이고, 쿠르타나를 쥔 채 빛 속으로 걸어 나온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는 속담이 있다. 홀게르는 그 볕을 수백 년째 기다리며 잠들어 있다. 다만 그가 가져올 볕은 조국을 위한 것이고, 그 빛 앞에 선 침략자에겐 재앙이다.
이것은 단순한 동화가 아니다. 1940년 4월 9일, 나치 독일이 덴마크를 침공했다. 점령은 잔인하고 굴욕적이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덴마크 저항 조직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이름을 택했다. 홀게르 단스케. 평범한 남녀가 독일 군수 공장을 폭파하고, 철도를 파괴하고, 연합군에 정보를 전달했다. 잠자던 전사가 깨어난 것이다. 신화 속 기사 한 명이 아니라, 굴복을 거부한 수백 명의 시민으로.
가장 용감한 행동은 1943년 10월이었다. 나치가 덴마크의 모든 유대인 추방을 명령했을 때, 저항 조직원들은 놀라운 작전을 실행했다. 몇 주 만에 칠천 명 이상을 배에 태워 외레순 해협을 건너 중립국 스웨덴으로 보냈다. 덴마크 유대인 사회를 거의 전원 구해낸 것이다.
오늘날 크론보르 지하에는 홀게르 단스케의 조각상이 있다. 조각가 한스 페데르 페데르센단이 1907년에 만든 것이다. 전사는 앉아 있다. 잠들어 있지만 편안하지 않다. 언제든 벌떡 일어설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방문객들은 차가운 어둠 속으로 내려가 그 앞에 조용히 선다. 거기 아래에서 전설은 신화처럼 들리지 않는다. 약속처럼 들린다. 그리고 그 약속은 아직 유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