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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과 괴물·4/4·3
Photograph of Tower of London

The place

Tower of London

까마귀가 떠나는 날

새 여섯 마리에 운명을 건 나라

Ancient prophecy - Present dayTower of London

금 이 순간에도, 천 년 된 요새 한가운데서 까만 까마귀 여섯 마리가 잔디밭 위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다. 마치 자기네 집인 것처럼. 사실,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런던탑에는 아주 오래된 예언이 하나 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내용은 이렇다 — 까마귀가 런던탑을 떠나는 날, 왕관이 무너지고, 영국도 함께 무너진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영국 정부는 삼백 년 넘게 이 예언을 무시하지 못했다.

첫 번째 시험은 1670년대, 찰스 2세 때 찾아왔다. 왕실 천문학자 존 플램스티드가 런던탑 안에 망원경을 설치했는데, 까마귀들이 문제였다. 장비 위에 똥을 싸고, 시도 때도 없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플램스티드는 까마귀를 치워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왕은 예언 이야기를 듣더니 한 마디로 정리했다. 까마귀가 남고, 천문학자가 떠나라. 플램스티드는 그리니치로 쫓겨났고, 지금도 그 자리에 왕립 천문대가 서 있다 — 까마귀 때문에 자리가 정해진 천문대.

그 뒤로 까마귀에게 반기를 든 사람은 없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미신은 공식 정책이 되었고, 런던탑에는 까마귀를 전담으로 돌보는 관리인까지 생겼다. 왕이 바뀌고, 전쟁이 터지고, 대영제국이 흥하고 망하는 동안에도 이 윤기 나는 검은 새들은 자리를 지켰다.

예언이 진짜 위기를 맞은 건 2차 세계대전 때였다. 1940년, 독일군의 대공습 — 런던 블리츠 — 이 시작되면서 런던탑에도 폭탄이 떨어졌다. 겁에 질린 까마귀들은 도망치거나 죽었다. 전쟁이 끝났을 때 살아남은 건 딱 한 마리, '그립'이라는 이름의 까마귀뿐이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자기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보고를 받은 처칠은 즉시 명령했다. 까마귀를 채워 넣어라. 그는 알고 있었다 — 폭탄이 부수지 못한 것을, 예언이 이루어지게 내버려 두면 부술 수 있다는 걸.

지금 런던탑에는 까마귀 일곱 마리가 산다. 예언을 위한 여섯 마리, 그리고 혹시 모를 한 마리. 각각 이름이 있고, 성격이 있고, 팬도 있다. 관광객 손에서 샌드위치를 낚아채기로 유명했던 말썽꾸러기 '주빌리'와 '해리스'가 있었고, 2021년 초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서 온 나라가 슬퍼했던 '멀리나'도 있었다. 이름을 부르면 반응하고, 장난도 치고,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헬로"라고 말하는 녀석도 있다.

이 까마귀들을 책임지는 사람은 딱 한 명, '레이븐마스터'다. 런던탑의 근위병인 '요먼 워더' 중에서 특별히 임명된다. 날고기와 피에 적신 비스킷, 가끔은 달걀을 먹이고, 날개깃을 다듬어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한다. 수십 년에 걸쳐 까마귀마다의 성격과 일생을 기록한 일지도 쓴다. 정부 문서라기보다는, 까마귀 말로 쓴 족보에 가깝다.

'세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영국은 단 한 번도 도끼를 들어보지 않았다. 까마귀 몇 마리가 진짜로 왕관을 떠받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걸 시험해보겠다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천 년의 전통 위에 세워진 나라는 계속 새에게 밥을 주고, 날개를 다듬고, 오래된 예언을 속삭인다. 상징을 믿지 않는 순간, 상징이 지키던 것도 사라지니까.

이야기의 교훈

상징을 믿지 않는 순간, 상징이 지키던 것도 사라진다

등장인물

C
Charles II - The King who chose ravens over astronomy
J
John Flamsteed - First Astronomer Royal, ousted by birds
W
Winston Churchill - Ordered the ravens replenished during WWII
G
Grip - The sole surviving raven of the Blitz
M
Merlina - The beloved raven who vanished in 2021
T
The Ravenmaster - Dedicated Yeoman Warder guardian

출처

Tower of London official history, Ravenmaster Christopher Skaife's memoir "The Ravenmaster", Historic Royal Palaces archives, Churchill war cabinet rec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