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바다랑 결혼한 나라가 있어요. 비유가 아니에요. 진짜로요. 거의 800년 동안, 매년 한 번씩, 베네치아 공화국의 최고 지도자 '도제'는 거대한 황금 배를 타고 아드리아해 한가운데로 나갔어요. 거기서 손가락의 금반지를 빼 파도 속에 던지며 선언했죠. "바다여, 영원한 지배의 증표로 그대와 혼인한다." 한 번도 빠짐없이요.
시작은 서기 1000년쯤이었어요. 당시 베네치아는 갯벌 위에 말뚝을 박아 세운 작은 도시였는데, 지금의 크로아티아 쪽 해안에서 온 해적들이 무역로를 완전히 막아버렸어요. 참다못한 도제 피에트로 오르세올로 2세가 함대를 이끌고 아드리아해를 건너 해적을 박살 냈어요. 돌아온 날이 마침 예수 승천 축일이었는데, 그는 바다 한가운데서 아드리아해가 베네치아의 것임을 선포했어요. 그 뒤로 모든 도제가 같은 날, 같은 맹세를 되풀이했어요.
1177년, 의식은 한 단계 올라갔어요. 교황 알렉산데르 3세가 당시 유럽 최강자였던 신성로마제국 황제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베네치아가 교황을 숨겨주고 둘 사이의 화해까지 이끌어낸 거예요. 감격한 교황은 도제에게 금반지를 건네며 선언했어요. 이제부터 아드리아해와의 결혼은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이름도 생겼죠. '스포살리치오 델 마레', 바다와의 결혼식. 과시가 아니라, 신성한 의식이 된 거예요.
이 의식의 하이라이트는 '부친토로'였어요. 도제 전용 의식 선박인데,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건 1729년이에요. 길이 35미터, 온통 금박에 붉은 비단을 두르고, 노를 젓는 사람만 168명. 외국 사절들은 본국에 이렇게 보고했어요. 유럽 어디서도 — 어떤 대관식도, 베르사유의 연회도 — 이 황금 배가 수백 척을 거느리고 물 위를 미끄러지는 광경은 못 따라간다고. 뱃머리에 선 도제는 결혼식장으로 걸어가는 신랑 그 자체였어요.
마지막 의식은 1797년 승천 축일이었어요. 열이틀 뒤, 나폴레옹의 군대가 밀려들어왔고 공화국은 스스로 해산을 결의했어요. 1,100년간 이어진 독립의 끝이었죠. 나폴레옹은 뭘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부친토로의 금박을 벗겨 녹이고, 남은 뼈대는 불태웠어요.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배의 잿더미가, 한때 그 배가 승리의 항해를 하던 바로 그 바다에 뿌려졌어요. 나폴레옹은 베네치아를 정복한 게 아니에요. 웨딩드레스를 태운 거예요.
세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지만, 베네치아는 800번을 찍었어요. 도끼가 아니라 금반지로. 정복이 아니라 사랑이었으니까요. 의식은 1900년대에 되살아나서 지금도 매년 열려요. 도제 대신 시장이 반지를 던지지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베네치아 앞바다 바닥에는 800년치 금반지가 진흙 속에 잠들어 있어요. 한 나라가 바다와의 결혼을 지키려고 해마다 바친 값이에요. 그리고 천 년 동안, 베네치아는 약속을 지켰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