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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수수께끼·5/6·4
Photograph of Persepolis

The place

Persepolis

왕 앞에 선 스물세 민족

세계 최대의 제국이 돌에 새긴 공존의 비전 — 존엄을 간직한 스물세 민족이 왕을 향해 걷다

515–465 BCE (construction); 1931–1939 (excavation)Persepolis

란 남부에 페르세폴리스라는 유적이 있다. 한때 세계 최대 제국이던 페르시아가 의식을 치르던 수도였다. 거기에 계단 하나가 남아 있는데, 이 계단이 권력의 의미를 통째로 바꿔 놓았다. 돌에 새겨진 스물세 무리의 사람들이 왕을 향해 걸어간다. 각자 자기 민족의 옷을 입고, 자기 땅의 선물을 들고. 무릎 꿇은 사람은 없다. 사슬에 묶인 사람도 없다. 고대 세계에서, 이건 있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조각의 정밀함은 소름 돋는 수준이다. 엘람인들은 암사자와 새끼 두 마리를 데려오는데, 사자 근육의 결까지 보인다. 아르메니아인들이 끌고 온 말은 고삐의 술 장식까지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직물과 혹 달린 소를, 금의 나라 리디아인들은 황금 팔찌와 작은 전차를, 에티오피아인들은 코끼리 상아를 들었다. 스물세 민족, 하나도 같은 모습이 없다.

이게 왜 그렇게 대단한 걸까. 페르시아 이전에 중동을 수백 년간 지배한 아시리아는 궁전 벽을 적의 참수 장면과 산 채로 가죽 벗기는 장면으로 꾸몄다. 공포가 곧 힘이었다. 그런데 페르세폴리스 조각에는 사람에 대한 폭력이 단 하나도 없다. 모든 이방인이 고개를 든 채 걸어간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는데, 페르시아는 나무를 찍는 대신 스물세 그루를 나란히 세우는 쪽을 택했다.

이 철학을 조각으로만 남긴 게 아니다. 다리우스 대왕은 건물 기초 아래 금판과 은판을 묻었는데, 거기에 누가 이 건물을 지었는지 적어 놓았다. 석공은 그리스인과 리디아인, 금세공은 메디아인과 이집트인, 벽돌공은 바빌로니아인. 제국 최고의 건물을 제국 곳곳의 사람들이 함께 올렸다. 다양성을 기리는 기념물 자체가 다양성의 산물이었다.

중심에는 왕중왕 다리우스 1세가 연꽃과 홀을 들고 앉아 있고, 그 뒤에 아들 크세르크세스가 같은 키로 서 있다. 왕조는 이어진다는 선언이다. 맞은편 계단에는 사자가 소를 물어뜯는 장면이 있는데, 학자들은 이것이 별자리 지도라고 본다. 사자자리가 황소자리를 넘어서는 순간—봄이 시작되는 춘분, 페르시아의 새해 노루즈. 이 행렬 전체가 돌에 새긴 달력이었던 셈이다.

물론 의문은 남는다. 저 '선물'은 사실 세금이었다. '자발적 참여' 뒤에는 군대가 버티고 있었다. 조각 속 미소는 선전이었다. 하지만 회의적인 학자들도 인정하는 게 있다. 페르시아는 진짜 달랐다. 제국을 세운 키루스 대왕은 정복한 민족에게 자기 신앙과 풍습을 그대로 지키라는 칙령을 내렸다. 기록에 남은 최초의 종교적 관용이다. 과장은 있었다. 하지만 과장할 만한 무언가가 실제로 있었다.

기원전 330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세폴리스를 불태웠다. 술에 취해서였을 수도 있고, 확실히 의도는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무너진 잔해가 동쪽 계단을 덮어서 오히려 보존해 버렸다. 오늘날 72개 기둥 중 열세 개가 아직 서 있다. 그리고 매년 봄, 3억 명이 노루즈를 축하한다. 2,500년 전 이 계단에 새겨진 바로 그 의식을. 행렬은 아직 걷고 있다. 도착하지 않았다. 영원히 도착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핵심이다.

이야기의 교훈

진정한 힘은 아래 사람을 짓누르는 게 아니라 당신 앞에서 당당히 서 있게 하는 것이다. 아파다나 조각은 제국의 위대함이 강요된 획일성이 아닌 품어 안은 다양성에 있다는, 역사가 남긴 가장 아름다운 증거다.

등장인물

D
Darius I (the Great King)
X
Xerxes I (who completed the Apadana)
T
The 23 subject nations
I
Ionian Greek and Egyptian craftsmen
E
Ernst Herzfeld (excavator)

출처

Schmidt, Erich F., Persepolis I: Structures, Reliefs, Inscriptions (1953); Root, Margaret Cool, The King and Kingship in Achaemenid Art (1979); Briant, Pierre, From Cyrus to Alexander (2002); Garrison, Mark and Root, Margaret Cool, Seals on the Persepolis Fortification Tablets (2001–); Kuhrt, Amélie, The Persian Empire: A Corpus of Sources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