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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과 정복·7/7·3
Photograph of Delphi - Sanctuary of Apollo & Oracle

The place

Delphi - Sanctuary of Apollo & Oracle

나무 벽의 수수께끼

페르시아 대군 앞에서 아테네를 살린 신탁 한마디

480 BCEDelphi - Sanctuary of Apollo & Oracle

원전 480년,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이 그리스를 향해 움직였다.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가 이끈 대군은 너무 거대해서, 고대 기록에는 "강물을 통째로 마셔버렸다"고 적혀 있을 정도다. 그의 아버지 다리우스는 10년 전 마라톤 전투에서 패한 적이 있었다. 아들은 단순한 침공이 아니라 복수를 하러 온 것이었다.

아테네는 공포에 빠졌다. 그리스인들이 위기 때마다 찾는 곳은 딱 하나, 델포이의 신탁이었다. 고대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예언의 목소리. 그런데 돌아온 첫 번째 답은 절망 그 자체였다. 도망쳐라. 땅끝까지 도망쳐라. 아무것도 너희를 구하지 못한다. 사절단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제발, 희망이 될 만한 말 한마디만 더 해달라고 매달렸다.

그러자 신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엔 수수께끼였다. "나무 벽이 아테네를 지킬 것이다." 그리고 살라미스 섬을 "신성하다"고 불렀다. 파멸이 온다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 수수께끼 속에 실낱 같은 희망이 숨어 있었다. 아테네의 운명 전체가 단 하나의 질문에 달렸다 — "나무 벽"이 대체 뭘 뜻하는 거지?

아테네 민회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들끓었다. 원로들은 확신에 차 있었다. "나무 벽"은 아크로폴리스를 둘러싼 나무 울타리를 뜻한다고. 거기 들어가 숨어서 버티라는 뜻이라고. 하지만 테미스토클레스라는 장군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나무 벽은 배다. 아테네가 막 만든 대함대가 바로 신탁이 말한 "나무 벽"이라는 거였다. 도시를 버리고 바다에서 싸우라는 뜻이라고.

테미스토클레스에겐 결정적 한 수가 있었다. 신탁이 살라미스를 "신성하다"고 했지, "잔인하다"거나 "치명적이다"라고 하지 않았다. 그리스인이 거기서 죽을 운명이었다면 그런 밝은 말을 썼을 리 없다. "신성하다"는 곧 승리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 테미스토클레스는 그 구멍을 하필 바다 위에서 찾아낸 셈이었다. 민회가 표결에 들어갔다. 테미스토클레스가 이겼다.

아테네가 통째로 비워졌다. 여자, 아이, 노인 — 모두가 살라미스 섬으로 피했다. 페르시아군이 밀려들어 아크로폴리스의 신전까지 전부 불태웠다. 누가 봐도 완전한 패배였다. 하지만 테미스토클레스의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페르시아 함대를 살라미스 주변의 좁은 해협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거대한 페르시아 전함은 꼼짝도 못 했고, 작고 빠른 그리스 배들이 그걸 박살 냈다.

역사상 가장 결정적인 해전 중 하나였다. "나무 벽" — 아테네의 함대 — 은 아테네만 구한 게 아니라 그리스 전체를 구했다. 보급로를 잃은 크세르크세스는 물러났고, 이듬해 플라타이아 전투에서 남은 페르시아군마저 무너졌다. 침공은 완전히 끝났다.

몇 년 전 크로이소스 왕을 파멸로 이끈 것도 신탁의 수수께끼였고, 아테네를 구한 것도 신탁의 수수께끼였다. 차이는 예언이 아니었다. 듣는 귀가 달랐다. 크로이소스는 듣고 싶은 대로 들었고, 테미스토클레스는 있는 그대로 들었다. 같은 말도 누가 듣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 단, 남들과 다르게 읽을 배짱이 있을 때만.

이야기의 교훈

같은 신탁이 한 왕은 무너뜨리고 한 도시는 살렸다. 차이는 예언이 아니라, 듣는 귀였다.

등장인물

테미스토클레스
피티아
크세르크세스
아테네 민회
아폴론

출처

Herodotus's Histories (Book 7, chapters 140-143), Plutarch's Life of Themisto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