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예언자와 순례자·6/7·3
Photograph of Delphi - Sanctuary of Apollo & Oracle

The place

Delphi - Sanctuary of Apollo & Oracle

소크라테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

모든 건 신탁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430 BCEDelphi - Sanctuary of Apollo & Oracle

원전 430년쯤, 소크라테스의 절친한 친구 카이레폰이 인류 사상사를 바꿀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델포이,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신성한 신탁소였다. 그곳에는 태양신 아폴론의 뜻을 전한다는 여사제 ‘피티아’가 있었다. 카이레폰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소크라테스보다 현명한 사람이 있습니까?” 피티아의 대답은 단 한마디였다. “없다.”

이 소식을 들은 소크라테스는 기뻐하기는커녕 어리둥절했다. 자기가 가장 현명하다고? 말도 안 된다. 그는 그저 매일 아테네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붙잡고 질문을 퍼붓고, 상대방 논리의 허점을 파고드는 사람일 뿐이었다. 정작 답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스 최고의 신탁이 자기를 가장 현명하다고 했는데, 정작 본인만 믿지 못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을 했다 — 직접 확인하러 나선 것이다. 아테네에서 현명하다고 소문난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정치인, 시인, 장인. 그들에게 물었다. “정의가 뭡니까?” “용기가 뭡니까?” “당신이 안다는 건 정확히 뭡니까?”

결과는 참담했다. 정치인들은 매일 정의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막상 정의가 뭔지 설명하지 못했다. 시인들은 아름다운 글을 쓰면서도 자기가 뭘 쓴 건지 말하지 못했다. 장인들은 자기 분야에서는 확실히 뛰어났지만, 그래서 자기가 모든 걸 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이 현명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걸 증명하지 못했다.

“세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던가. 소크라테스가 세 부류의 ‘현자’를 찾아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들의 자신감이라는 나무는 어김없이 쓰러졌다. 하지만 핵심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소크라테스와 그들의 차이는 지식의 양이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질문 앞에서는 모두가 똑같이 무지했다. 차이는 딱 하나, 그들은 안다고 착각했고, 소크라테스는 모른다는 걸 알았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본인은 이렇게 정리했다. “내가 그보다 현명한 이유는 딱 하나다. 그는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적어도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이건 2500년 동안 인간이 도달한 가장 중요한 생각일지 모른다. 결국 핵심은 이거다 — 가장 현명한 사람은, 자기가 뭘 모르는지 아는 사람이다.

그 하나의 신탁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이후 30년을 오직 한 가지에 바쳤다. 만나는 사람마다 질문을 던지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깨부수고, 진짜로 생각하라고 다그쳤다. 젊은이들은 그에게 열광했고, 권력자들은 그를 위험인물로 봤다. 기원전 399년, 아테네는 소크라테스를 “청년을 타락시킨 죄”로 재판에 세웠고, 사형을 선고했다.

델포이 신전 입구에는 “너 자신을 알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그 글귀를 보고 지나쳤다. 소크라테스만이 그 말을 자기 삶 전체로 실천한 사람이었다. 쓰러지지 않은 나무처럼, 그의 질문은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 있다.

이야기의 교훈

진정한 지혜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보다 훨씬 현명하다.

등장인물

소크라테스
카이레폰
피티아
아폴론
아테네 시민

출처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20e–23c), 크세노폰 《소크라테스의 변명》,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유명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