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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과 정복·4/4·2
Photograph of Notre-Dame de Paris

The place

Notre-Dame de Paris

대성당을 살린 소설

...소설 속 곱추가 노트르담의 실제 철거를 막다

1831Notre-Dame de Paris

1820년대, 노트르담 대성당은 죽어가고 있었다. 6백 년 넘게 파리의 하늘을 찔러온 이 건물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프랑스 대혁명 때 군중은 스테인드글라스를 박살 냈고, 성경 속 왕의 석상 28개를 프랑스 왕으로 착각해 목을 잘랐으며, 거대한 종을 녹여 대포알을 만들었다. 나폴레옹이 1804년 이곳에서 대관식을 올릴 때는 폐허를 가리려고 벽에 천을 걸어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파리 시 관리들은 노트르담을 어떻게 고칠지가 아니라 언제 철거할지를 논의하고 있었다. 프랑스 전역에서 중세 건물들이 '암흑시대의 유물'이라며 하나둘 헐려 나가던 시절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당 중 하나가 철거 목록에 올라 있었고, 막으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때 스물아홉 살 소설가 하나가 나섰다. 빅토르 위고. 이미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중세 건축물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을 보며 속이 끓었다. 연설이나 청원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을 택했다. 온 나라 사람들이 건물 하나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소설을 쓰기로 한 것이다.

1831년, 위고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발표했다. 우리가 《노트르담의 곱추》로 알고 있는 바로 그 작품이다. 성당 종탑에 사는, 외롭고 귀가 안 들리는 종지기 콰지모도. 그가 그림자 속에서 사랑하는 무희 에스메랄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었다. 위고는 대성당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석조 벽면의 결, 장미창에 쏟아지는 빛, 하늘을 떠받치듯 뻗은 거대한 아치까지. 읽는 사람이 그 건물의 심장 소리를 듣는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소설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하루아침에 프랑스 전체가 노트르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허물어져 가는 흉물이 아니라, 나라의 보물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사람들까지 가고일 하나하나에 정이 들었다. 철거 논의는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 1844년, 정부는 건축가 외젠 비올레르뒤크에게 대규모 복원을 맡겼고, 그는 20년에 걸쳐 첨탑을 다시 세우고 유명한 가고일을 새기며,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노트르담의 모습을 완성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던가. 빅토르 위고는 소설 한 권으로 대성당 하나를 살렸다. 법을 만들지도, 군대를 동원하지도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 곱추를 지어냈을 뿐인데, 온 국민이 부수려던 돌덩이에서 아름다움을 보기 시작했다. 때로는 펜 한 자루가 포크레인보다 강하다.

2019년 4월 15일, 노트르담에 불이 났다. 전 세계에서 거의 10억 명이 실시간 중계를 지켜봤다. 센 강변에 선 낯선 이들의 뺨 위로 눈물이 흘렀다. 그들은 알든 모르든, 거의 200년 전 빅토르 위고가 사랑하라고 가르쳐 준 무언가를 잃어가며 울고 있었다. 잘 쓴 이야기 하나가 건물에 영혼을 불어넣었고, 그 영혼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야기의 교훈

잘 쓴 이야기 하나는 법도, 군대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낸다. 허구는 사람들이 부수려던 것을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등장인물

V
Victor Hugo
Q
Quasimodo (fictional)
E
Esmeralda (fictional)
E
Eugène Viollet-le-Duc

출처

Victor Hugo, "Notre-Dame de Paris" (1831); French National Assembly records on monument preservation; architectural history of Notre-Dame resto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