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에 이런 직업이 있었다. 소녀 시절 뽑힌 여섯 명이 하나의 불꽃을 지킨다. 그 불이 꺼지면 로마도 무너진다고 믿었으니까. 기원전 700년경부터 서기 394년까지, 천 년이 넘도록 베스타 사제들은 화덕의 여신 베스타의 성화를 로마 포럼 한복판에서 지켰다. 고대 세계 최강의 여성들. 그 대가는 몸과 자유, 때로는 목숨이었다.
소녀들은 여섯에서 열 살 사이, 로마 최고 명문가에서 뽑혔다. 복무 기간 삼십 년. 십 년은 배우고, 십 년은 수행하고, 십 년은 가르쳤다. 그동안 순결은 절대 조건이었다. 대신 로마의 어떤 여성도 꿈꾸지 못한 걸 가졌다 — 진짜 권력. 재산을 갖고, 유언장을 쓰고, 법정에서 맹세 없이 증언할 수 있었다.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죄수도 길에서 사제와 마주치면 풀려났다.
거리에서 최고위 관리도 사제 앞에선 길을 비켰다. 황후 전용 마차를 탔고, 콜로세움에선 황제 바로 옆에 앉았다. 여자를 재산 취급하던 사회에서 사제만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다. 비유가 아니다. 사제를 건드리면 사형이었다.
하지만 대가는 소름 끼쳤다. 순결 서약을 어기면 로마법 최악의 처벌이 기다렸다. 사제의 피를 흘리면 신이 노하니까, 로마는 빈틈을 찾았다. 수의를 입히고 포럼을 행진시킨 뒤, 등불 하나, 빵, 물과 함께 좁은 방에 넣었다. 입구를 흙으로 막았다. 로마는 그녀를 죽인 게 아니었다. 그냥… 치운 거였다.
수백 년간 최소 열 명이 산 채로 묻혔다. 죄가 진짜였던 건 아니다. 전쟁에서 지거나 재앙이 닥치면 누군가를 탓해야 했고, 사제의 서약 위반을 들먹이면 민심을 돌릴 수 있었다. 역사가 플루타르코스는 이 재판들을 대놓고 의심했고, 플리니우스는 잔혹한 도미티아누스 황제 시절의 매장을 숨기지 못할 혐오감으로 기록했다.
베스타 사제는 스캔들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면서 끝났다. 382년, 기독교도가 된 황제 그라티아누스가 지원금을 끊었다. 12년 뒤 테오도시우스 1세가 완전히 폐지하고 성화를 끄라고 명령했다. 천 년 넘게 단 한 번도 꺼지지 않았던 불꽃이 사라졌다. 그냥, 그렇게.
마지막 수석 사제는 아마 코엘리아 콘코르디아라는 여성이었다. 저항했는지, 조용히 물러났는지는 모른다. 사제의 집은 지금도 포럼에 서 있다. 역대 수석 사제의 상을 올렸던 받침대들이 줄지어 있지만, 어떤 건 부서지고 어떤 건 이름이 긁혀 있다 — 그 자리를 차지한 종교가 지웠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지만, 이 불꽃은 천 년을 버티고도 단 한 번에 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