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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과 정복·2/7·4
Photograph of Alamut Castle

The place

Alamut Castle

살라딘의 베개 위 단검

중동 최강의 술탄을 노린 세 번의 암살 — 그리고 유령이 '권력은 안전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 밤

1174-1176 CE (암살 시도와 마시아프 포위전)Alamut Castle

1174년, 살라딘은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이었다. 이집트를 장악하고 시리아와 통합한 뒤, 결국 십자군에게서 예루살렘을 되찾게 될 원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에게 맞설 군대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군대를 쓰지 않는 적이 하나 있었다. 마시아프라는 산꼭대기 요새에 앉아서, 병사가 아니라 한밤중에 통치자의 갈비뼈 사이로 칼 한 자루를 밀어 넣는 것으로 전쟁을 치르는 남자였다.

그의 이름은 라시드 앗딘 시난. 십자군은 그를 '산의 노인'이라 불렀다. 페르시아 알라무트 성을 본거지로 한 암살 교단의 시리아 지부를 이끄는 인물이었다. 그의 요원들은 소년 시절부터 훈련받았다. 어떤 궁정에든 침투하고, 어떤 얼굴이든 쓰고, 칼 한 번으로 임무를 완수한다 —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 시난에게 살라딘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적이었다. 자기 교단의 뿌리인 이집트의 칼리프 정권을 무너뜨렸고, 다음 차례는 자기들 땅이었으니까.

1174년, 시난은 열세 명의 자객을 살라딘의 진영에 침투시켰다. 열세 명이라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숫자가, 목표물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를 말해 준다. 거의 성공할 뻔했다. 하지만 암살 교단 거점 근처를 다스리던 쿠마르타킨이라는 총독이 침입자를 알아보고 경보를 울렸다. 열세 명 전원이 붙잡혔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하지만 시난이라는 사람은 한 번 실패했다고 물러서는 부류가 아니었다.

1176년 5월 22일, 두 번째. 살라딘이 시리아 북부 아자즈를 포위하고 있을 때, 술탄 본인 군대의 군복을 입은 자객들이 살라딘을 직접 공격했다. 한 명이 머리에 칼을 내리쳤다 — 터번 아래 숨겨 놓은 철모에 튕겨 나갔다. 다른 한 명이 목을 그었다 — 옷 아래 입고 있던 쇠사슬 갑옷이 칼날을 막았다. 살라딘은 맨손으로 맞서 싸웠고 호위병들이 몰려들었다. 자객은 전원 사살되었다. 하지만 어떤 칼보다 날카로운 메시지가 박혔다. 우리는 너한테 닿을 수 있다.

살라딘은 마시아프로 진군해 요새를 포위했다. 천막 주변에 석회와 재를 뿌려 발자국이 찍히게 했다. 밤새 경비를 세우고, 기름등을 밝혔다. 군사적 두뇌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세웠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술탄이 눈을 떴다. 천막 입구로 빠져나가는 그림자가 보였다. 베개 옆에 놓여 있던 것은 — 암살 교단만이 만드는 독특한 모양의 빵, 아직 따뜻했다. 독이 묻은 단검. 그리고 시난의 편지. 석회 위에 발자국은 단 하나도 없었다.

잠깐 멈추고 이 상황을 생각해 보자. 무장한 진영을 통과하고, 모든 경비를 지나치고, 발자국을 남기도록 설계된 바닥을 밟고,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남자가 잠든 곁에 서서 — 시체가 아니라 증거를 남기기로 선택한 것이다. 목을 딸 수 있었다. 대신 빵을 놓았다. 베개 위의 단검은 실패한 암살이 아니다. 명함이다.

한국 속담에 '세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다. 시난은 세 번을 찍었다. 하지만 세 번째 도끼는 나무에 내리친 게 아니라 나무 옆에 내려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게 나무를 쓰러뜨렸다. 살라딘은 며칠 만에 포위를 풀었다. 다시는 암살 교단의 요새를 공격하지 않았다. 휴전이 성립되었고, 십자군 시대에서 가장 기이한 반전이 벌어진다 — 시난의 자객들이 결국 살라딘과 나란히 서서 십자군과 싸운 것이다. 술탄의 심장에 박는 대신 베개 옆에 놓인 단검은, 어떤 살인도 해내지 못할 일을 해냈다. 적을 동맹으로 바꿨다. 때로 가장 강한 무기는, 쓰지 않기로 한 무기다.

이야기의 교훈

아무리 위대한 정복자라 해도 자신의 권력의 한계를 인정해야 할 때가 있다 — 군대로 죽일 수 없는 자라도 모든 경비를 통과하는 침묵의 손에는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혜는 파괴할 수 없는 적을 동맹으로 만들 줄 아는 것에 있다.

등장인물

라시드 앗딘 시난 (시리아의 '산의 노인')
살라딘 (이집트·시리아 술탄)
쿠마르타킨 (자객을 알아본 아부쿠바이스의 총독)
하산이사바 (창시자, 시난이 그의 방식을 완성시켰다)

출처

Ibn al-Athir, al-Kamil fi'l-Tarikh (The Complete History); Baha al-Din ibn Shaddad, al-Nawadir al-Sultaniyya (The Rare and Excellent History of Saladin); Kamal al-Din ibn al-Adim, Zubdat al-Halab (Cream of Aleppo); Bernard Lewis, The Assassins (1967); Farhad Daftary, The Isma'ilis (Cambridge, 2007); Medievalist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