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왕관과 정복·2/6·3
Photograph of Persepolis

The place

Persepolis

페르세폴리스가 불타던 밤

한 여인의 연설, 취한 정복자, 그리고 제국을 파괴하면서 영원히 살린 불

330 BCE (January–May)Persepolis

원전 330년 5월,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자기 것이 아닌 궁전에서 연회를 벌이고 있었다. 페르세폴리스. 페르시아 제국의 심장이자, 당시 지구상에서 가장 장엄한 건축물. 이미 넉 달째 그의 손에 있었다. 술이 넘쳤다. 횃불이 벽면의 부조를 비추고 있었고, 거기엔 스물세 민족이 왕중왕에게 공물을 바치는 장면이 새겨져 있었다. 그때 타이스라는 여인이 일어서며 모든 것을 뒤바꿨다.

타이스는 아테네 출신이었다. 총명하고 교양 있는 여인, 알렉산드로스의 핵심 장수 프톨레마이오스의 연인이었다. 그녀의 논리는 날카로웠다. 백오십 년 전,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가 그리스를 침공해 아테네의 신전들을 불태웠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왕의 궁전에 앉아 그의 술을 마시고 있다. 알렉산드로스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아테네의 딸인 자신이 첫 번째 횃불을 들게 해주는 것이라고. 취한 마케도니아 병사들이 환호로 터졌다.

알렉산드로스가 횃불을 집어 들었다. 이어진 건 지상에서 가장 신성한 의식이 치러지던 회랑을 가로지르는 불의 행렬이었다. 꽃다발, 피리 소리, 그리고 불길. 목표는 크세르크세스의 궁전이었다. 보물 창고도 아니고, 옥좌의 방도 아니고, 아테네를 불태운 바로 그 사내의 집. 레바논에서 실어 온 백향목 대들보에 불이 붙는 데는 순식간이었다. 수지가 가득한 백향목은 한번 타면 거침없다. 몇 분 만에 끌 수 없는 불이 됐다. 플루타르코스에 따르면 알렉산드로스가 불을 끄라고 소리쳤다. 이미 늦었다.

모두가 환호한 건 아니었다. 파르메니온, 알렉산드로스의 아버지 때부터 함께한 최고참 장군이 매달렸다. 이건 당신 자신의 재산을 태우는 짓이다. 아시아는 짓는 자를 따르지, 부수는 자를 따르지 않는다. 당신은 왕이 아니라 약탈자로 보일 것이다. 알렉산드로스는 무시했다. 일 년도 안 돼 파르메니온은 그의 명령으로 죽었다. 일부 역사가들은 이 술판 이야기 자체가 꾸며진 것이라고 본다. 불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고, 그리스를 향한 냉정한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빚은 청산됐다고.

파괴는 철저했다. 이백 년 건축이 몇 시간 만에 사라졌다. 지붕이 무너지고, 벽이 내려앉고, 재가 수 미터씩 쌓였다. 군대는 이미 보물을 싹쓸이한 뒤였다. 은과 금 삼천 톤을 노새와 낙타 떼에 실어 나른 다음, 그 보물이 있던 건물을 태운 것이다. 그런데 무너진 잔해가 계단의 석조 부조를 덮어버렸고, 그것들을 밀봉해버렸다. 1930년대에 고고학자들이 파냈을 때, 이천오백 년이 지났는데도 수염 곱슬과 옷 주름이 마치 어제 새긴 듯 선명했다.

불은 역사에 더 큰 선물도 남겼다. 궁전 벽 안에 삼만 개의 점토판이 숨어 있었다. 쉽게 말해 정부 서류철이었다. 노동자 배급 기록, 통행 허가증, 종교 제물 목록. 거기에는 페르시아 제국이 같은 일에 남녀 동일한 임금을 지급했고, 산모에게 특별 배급을 줬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다. 구워지지 않은 점토는 세월이 지나면 부서진다. 알렉산드로스의 불이 그 점토판들을 도자기처럼 단단하게 구워버렸다. 하늘이 무너져야 솟아날 구멍이 보이는 법이다. 제국의 기억을 지우려던 불이, 그 기억을 영원히 살린 것이다.

이란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에스칸다르에 고자스탁', 저주받은 알렉산드로스라 부른다. 페르세폴리스는 다시 세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폐허는 멀쩡한 궁전이라면 결코 될 수 없었을 것이 되었다. 시간을 관통해 말을 거는 기념비. 열세 개의 기둥이 여전히 서 있다. 날개 달린 황소가 여전히 문을 지킨다. 스물세 민족이 비어 있는 옥좌를 향해 걸어가는 부조가 여전히 남아 있다. 세대에 걸쳐 쌓은 것이 술 취한 하룻밤에 타버릴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잔인한 아이러니는, 제국을 끝내려 했던 그 불이 바로 우리가 그 제국을 기억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이야기의 교훈

세대에 걸쳐 쌓아올린 것이 분노에 찬 하룻밤에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잔인한 역설은 제국의 기억을 지우려던 불이 오히려 삼만 개의 점토판을 영원히 보존하고, 폐허를 어떤 궁전보다 강력한 기념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파괴하려 한 자가 보존한 셈이고, 지우려 한 자가 기억을 만든 셈이다.

등장인물

A
Alexander the Great
T
Thais (Athenian courtesan)
P
Parmenion (Alexander's senior general)
P
Ptolemy (general, future Pharaoh of Egypt)
X
Xerxes I (whose palace was targeted)

출처

Diodorus Siculus, Bibliotheca Historica XVII.70-72; Plutarch, Life of Alexander 37-38; Arrian, Anabasis Alexandri 3.18; Quintus Curtius Rufus, Historiae Alexandri Magni 5.6-7; Schmidt, Erich F., Persepolis I-III (Oriental Institute, 1953-1970); Briant, Pierre, From Cyrus to Alexander (2002)